주역의`변화 철학`을 담은 '천자문(千字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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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작성일25-06-05 10:51 조회355회 댓글0건본문
주역의`변화 철학`을 담은 '천자문(千字文)'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르 황'으로 시작하는 '천자문'(千字文)은 한자를 익히는 교본으로 잘 알려져 있다. 4언 고시(古詩)에 속하는 한시(漢詩)이자 대표적인 한문 습자 교본이다. 중국 위·촉·오의 삼국 시대 종요(鍾繇)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 전해진 것은 남북조시대 남조(南朝) 양(梁)나라 무제(武帝) 시절 학자 주흥사(周興嗣, 470?~521)의 천자문이다.
무제는 양나라의 초대 황제인 무제는 시문(詩文)에 아주 뛰어났다. 어느 날 그는 주흥사에게 동진(東晉)때의 유명한 서예가이자 학자인 왕희지(王羲之)의 행서(行書) 중 1000자를 중복되지 않도록 가려내게 한 뒤, 4글자씩을 한 구절로 묶어 모두 125개의 문장으로 완성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주흥사는 무제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는 신세였다고 한다. 주흥사의 학문을 아까워한 무제가 하룻밤 동안에 '천자문'을 완성하면 죄를 용서해주겠다고 하자, 주흥사는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도록 온 힘을 다해 문장을 지었다. 이 때문에 훗날 사람들은 그를 '백두'(白頭) 혹은 '백수'(白首)라 불렀다. 그래서 천자문을 '백수문'(白首文) 혹은 '백두문'(白頭文')이라고도 한다.
◇.천자문은 동양학의 인문 교양서
천자문은 당나라 이후 보급히 확대됐으며, 습자 교본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왕희지의 7대손 지영(智永)이 진서(眞書,楷書·해서)와 초서(草書)의 두 체로 쓴 '진초천자문'(眞草千字文)본으로, 1109년에 새긴 석각(石刻)이 전하고 있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해 '언재호야'(焉哉乎也)의 어조사로 끝나는 천자문은 단순히 한자만 배열한 게 아니다. 1000자 속엔 우주의 원리와 정치의 요체, 사회생활에 필요한 윤리, 도덕, 충효에 대한 내용은 물론이고 중국의 역사까지 들어 있다. 동양학의 인문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등 유학(儒學)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은 물론 '예기'(禮記), '사기'(史記) 등을 총동원한 대서사시다. 특히 동양 철학의 정수라는 주역(周易)의 '변화(變化) 철학'과, 정치사상의 정수인 서경(書經)의 '애민(愛民) 사상'이 뼈대다. 주역 전문가인 이응문의 '주역을 닮은 천자문'(담디 출판사)는 이 분야의 독보적 서적이다. 주역의 대가로 꼽히는 야산(也山) 이달(李達)의 손자인 이응문은 125개 구절을 건편(乾篇)과 곤편(坤篇)으로 나눠 천자문을 풀어낸다. 이응문은 "천자문을 배우는 데는 '마음가짐'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차라리 배우지 않을지언정, 배울진댄 반드시 능하도록 하여야 하며, 차라리 묻지 않을지언정 이왕 물은진댄 반드시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유학을 배울때 '천자문'에 이어 '계몽'(啓蒙), '사자소학'(四字小學), '동몽선습'(童蒙先習), '격몽요결'(擊蒙要訣)을 배우고 '소학'(小學)으로 넘어갔다. 이후 시(詩) 서(書) 역(易) 삼경(三經)에 '춘추'(春秋) '예기'(禮記)를 더한 오경(五經)과 사서(四書) 순으로 공부했다.
◇.천자문에 담긴 우주철학
동양학은 사물의 근원과 이치를 밝히는 형이상학이다. 그래서 유학의 경전들은 대체로 천(天·하늘)으로 대표되는 우주의 근본원리부터 시작한다. 천자문의 첫 여덟글자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도 마찬가지다. 하늘(天)은 아득하고(玄) 땅(地)은 누르며(黃), 우주(宇宙)는 넓고(洪) 거칠다(荒)는 뜻이다.
천지현황(天地玄黃)은 주역 곤괘의 '천현이지황'(天玄而地黃)'에서 따온 것으로, 땅의 음(陰) 기운이 성숙해 하늘의 양(陽)과 섞이며 교합(交合)함을 뜻한다. 검은색과 누런색으로 천지를 표현한 것은 하늘은 끝없이 아득해 가물가물하고, 대지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물결치기 때문이다. 우(宇)는 무한한 공간의 세계, 주(宙)는 무궁한 '시간의 세계'이다. 우주는 양과 음의 기운이 서로 어울리며,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바탕이다. 공간과 시간의 세계에 인간은 존재한다. 주역은 양의 기운인 양효(-)와, 음의 기운인 음효(--)를 활용해 우주를 표시한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에 이어 '日月盈측(일월영측) 辰宿列張(진수열장)'이 이어진다. 하늘의 운행 원리다. '해와 달은 차고 기울며 별과 별무리는 벌려 펼쳐 있다"는 뜻이다. 음양의 본체는 천지(天地)이지만, 음양의 작용은 일월(日月)이다. 해와 달은 낮과 밤을 밝히고, 추위와 더위를 낳으면서 만물을 생육한다. 공자는 주역 풍괘(豊卦)를 풀이하면서 "중천에 오른 해는 한낮이 지나면 기울어지고(日中則측·일중즉측), 둥근 달도 보름이 지나면 먹힌다(月盈則食·월영즉식)"이라고 했다. 차면 이그러지고, 넘치면 줄어드는 것이 우주와 인생의 이치다. 음이 극성하면 양이 생겨나고,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생겨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變化)의 철학'이 주역의 핵심사상이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인 것이다. "궁하면(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천자문은 어조사로 쓰이는 '위어조자(謂語助者) 언재호야(焉哉乎也)'로 끝난다. 말의 뜻을 도와 말을 만드는 데 쓰이는 어조 글자에는 언, 재, 호, 야. 등이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타임스[강현철(논설실장)의 중국萬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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