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뿌리를 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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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작성일25-12-24 11:46 조회146회 댓글0건본문
옛날 한 마을에 예법을 중히 여기는 집안이 있었습니다.
그 집 사랑방에는 늘 족보 한 권이 놓여 있었고, 아이들이 자라면 어른들은 그 족보를 펴 놓고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로 가르쳤습니다.
1. 집안의 뿌리를 가르치다 – 친족과 살붙이
어느 날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물었습니다.
“얘야, 너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냐?”
손자는 부모를 떠올렸고, 형제와 조부모까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저 사람들이 바로 살붙이다.
피가 이어진 사람들,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인연이지.
이 살붙이를 모두 합쳐 친족이라 부른단다.”
친족이란 말은 단순히 같이 사는 식구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피로 이어진 살붙이뿐 아니라, 혼인으로 맺어진 사람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넓은 말이었습니다.
2. 집 안과 집 밖의 구분 – 내척과 외척
할아버지는 족보의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짚었습니다.
“여기, 이 줄이 우리 집안의 줄기다.
아버지 쪽으로 이어진 이분들은 내척이라 한다.”
내척은 집안의 뿌리였습니다.
제사도, 상례도, 가문의 책임도 이 내척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다시 다른 쪽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쪽 친척들은 외척이라 부른다.
밖 ‘외(外)’ 자를 쓰지.
멀다는 뜻이 아니라, 계보의 줄기가 다르다는 뜻이다.”
외가 식구들도 분명 살붙이였고 정이 깊었지만,
예법에서는 내척과 외척을 구분하여 질서를 세웠습니다.
3. 예로 맺어진 사이 – 인척과 다내간
며칠 뒤 집안에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며느리, 사위, 형수와 제수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람들은 인척이다.
피는 안 섞였지만, 혼인으로 맺어진 귀한 인연이지.”
인척 사이에서는 말 한마디, 눈짓 하나에도 예를 갖추어야 했습니다.
특히 집안에 여러 며느리와 아낙이 함께 지내는 관계를
어른들은 다내간이라 불렀습니다.
“다내간에서는 서열을 알고, 말을 아끼고,
사사로운 감정보다 집안의 평화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집안이 오래도록 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 거리로 따져 보는 관계 – 촌수 이야기
어느 날 손자가 묻습니다.
“할아버지, 사촌은 왜 4촌이에요?”
할아버지는 나무를 그리듯 설명했습니다.
“부모는 한 촌,
조부모는 두 촌.
형제는 부모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니 두 촌,
사촌은 조부모까지 갔다 내려오니 네 촌이 되는 거다.”
이렇게 촌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재는 자였습니다.
5. 줄기로 보는 가문 – 계보의 의미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는 족보를 천천히 덮으며 말했습니다.
“촌수는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의 거리라면,
계보는 우리 집안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 주는 큰 줄기다.”
계보에는 시조가 있고, 세대가 있고, 항렬자가 있었습니다.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혜였습니다.
6. 이야기의 끝에서
할아버지는 이렇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살붙이는 피로 이어지고,
인척은 예로 이어지며,
촌수는 거리를 가르치고,
계보는 뿌리를 가르친다.
이것을 아는 것이 곧
가정의 예절을 아는 첫걸음이다.”
그날 이후 손자는
누군가를 부를 때, 절을 할 때, 말을 건넬 때
먼저 관계와 자리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받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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